[단행본] 저 개를 우주선 밖으로

살다 보면 이상한 일들이 예고 없이 찾아들고는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하루는 잠에서 깬 동생이 비몽사몽 걸어 나오더니 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우주선이 배경으로, 누군가 갑자기 개가 되는 바람에 선원들이 쑥덕거리는 꿈을 꿨다고요. 그러더니 그걸로 소설을 써 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고는 자기 볼일을 보러 가 버리더라고요. 네? 뭐라...

「……그래서, 선장은 지금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 이겁니까?」 화면 너머에서 입가를 뚝 떨어트린 소서가 물었다. 루트는 소서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정말 놀랍지 않나요? 한뿌리 동맹 함대에 소속된 사람은 사령관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로봇이었다는 게. 십수 년 동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대요. 구명정을 회수하지 않았...

“그래서 그놈의 개를 잡아 족치기로 했어요.” 루트가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잔 속의 음료가 출렁이며 내용물이 조금 넘쳤으나 루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밥을 굶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식탐이 많아서 사고를 칠까요? 분명 악의가 있었던 거예요. 개가 무슨 놈의 악의냐 하실 수 있는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단 말이에요. 그놈의 개는 딱 영악할 정도로만 ...

「……그걸 지금 믿으라는 겁니까?」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흉상이 낮은 목소리로 힐난했다. 뭐 그렇겠지. 그리 좋지 않은 반응이 돌아오리라 예상했던 루트는 대수롭지 않게 비난을 받아들였다.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나아서 조금 마음이 놓이기까지 했다. 위발 해역을 벗어나 탈린 행성에 도착한 루트는 스페이드호를 조선소에 집어넣자마...

그것은 얼굴을 한껏 일그러트리더니 단말마 같은 비명을 토했다. “삐구에에엑!!” 이게 왜 여기 있지. 루트는 발밑에 깔린 그것을 반쯤 뜬 눈으로 쳐다봤다. 창백한 노랑 몸체에 붉은 깃이 달린 고무 인형이 이상한 모양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한껏 벌린 주둥이 끝이 파르르 잘게 떨었다. “뭐예요, 이건?” “압력을 가하면 울림통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독특한 소리...

“손상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바이닐이 루트에게 피해 현황을 보여 주었다. 스페이드호의 좌측 후방을 중심으로 붉은색 표시가 그물망처럼 퍼져 있었다. 선창과 선원 공간 절반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루트는 선내 영상을 돌려 보며 신음했다. “보험 처리가 될까요?” “무역 2급 보험은 적용되지 않는 해역이라 힘들 것 같습니다.” 루트는 양손으로 마른세수를 했...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바이닐이 의구심을 잔뜩 담아 내뱉은 말이 선교의 온도를 뚝 떨어트렸다. 존 버르가 실종된 이후 전에 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선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말이었다. 자기 자리에 반쯤 파묻혀 있던 루트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상하다니, 뭐가요?” 스페이드호는 예정된 일정에 따라 예정된 항로를 순항했다. 사라진 존 버...

“이제 그만! 소란은 그만하면 됐어요.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를 상기하세요.” 상석에 앉은 루트가 테이블을 양손바닥으로 두들겼다. 각자 않은 자리에서 수군거리던 선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기관장과 당직자를 제외한 사관들은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스페이드호가 출항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좌중이 진정되자 루트가 주먹으로 입가를 가리며 큼큼, 목소리를 다듬었...